몹시 더운 날이야. 덥다 못해 타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이런 날씨가 계속되는 탓에 벌써부터 겨울이 그리워지려 하고 있어. 겨울이 되면 여름이 그립다고 할 테지만... 이렇게 간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억눌러주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아이스커피, 아이스크림 같은 차가운 것들이 있네. 아주 잠깐이지만 더위를 잊게 해줄지도 모르지.
나는 더위를 많이 타서 이런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편이야. 너는 어떻니? 혹시 이런 날에도 밖에서 걷는 것은 아닌지? 만약 더위를 감수하고서 바깥의 여름을 감상하고 있다면 선크림을 꼭 바르고 다녀야 해. 잠깐 걷기만 해도 기미가 잔뜩 생겨버릴만한 날씨거든!
그다음으로 중요한 일은 그늘을 찾는 일이겠지. 더운 날에 걷는 것은 평소보다 더 힘든 일이니까 더 많이 쉬어야 해. 아무리 여름이 좋더라도 나무 그늘이나 그늘진 벤치에서 종종 쉬어가며 여름을 즐기기 바랄게.
큰 풍경_ 김해한옥체험관
담경헌의 마루에서 머물렀다. 선비들이 경전에 관해 논하는 사랑채로 지어졌다는데 잠깐이었지만 차분한 자세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바깥의 날씨든 사람의 머리든 차갑게 식혀주는 곳.
봉황동에서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동안 세 번째 계절이 찾아왔어. 겨울과 봄, 그리고 지금의 계절, 여름이지.
봄까지는 아무런 고민 없이 마을을 돌아다녔는데 요즘은 너무 더워서 태양 아래 머무르기가 힘들더라고. 그래도 낮에만 볼 수 있는 초록 초록한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방법을 생각해 봤어. 바로 그늘 아래 머무는 일이야.
마을 곳곳에 놓여있는 벤치에서 머무르는 것도 좋지만 더 시원한 그늘이 있더라고 김해한옥체험관에서 찾았어. 12시부터 16시까지 내부 관람이 가능하니까 한 번 들어가 보렴.
들어가서 마루에 앉아봐. 나는 담경헌이라는 건물의 마루에 앉아서 머물렀는데, 그때는 오후 세시쯤이었고 지붕의 그림자가 마당으로 길게 늘어졌어. 마루는 시원했고 때마침 바람이 불어왔지. 그날은 바깥이 뜨거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 그저 손끝에 닿은 마루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감촉과 작은 풍경(風磬)이 흔들리는 모습이 기억 속에 남아있어.
요즘 날씨에는 빠르게 걸을수록 힘들고 땀을 많이 흘리게 돼. 그래서 나는 평소보다 더 머무르듯 여행하는 편이야. 쉴만한 곳을 자주 찾으러 다니고 아이스커피나 아이스크림 같은 여름철 별미도 찾으러 다니지.
제가 진행한 아트워크의 주제는 크고 작은 풍경으로 들려주는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기술인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를 크고 작은 풍경이 한 묶음인 그림을 통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종이상점을 중심으로 김해 봉황동의 풍경을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큐레이션 방식 : 수취인 분명의 편지
지금 보내드리는 이 편지는 제 그림을 전시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수취인 분명'. 말 그대로 받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뜻인데요. 콘텐츠 채널이 다양한 시대에 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분께서 관심있게 봐 주실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메일의 상단에 적힌 수취인에 해당하는 분들만큼이라도 공감하며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