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주 봉황동을 여행하고 있어. 너에게 마을을 소개하려고 했다가 내가 더 즐기게 되어버렸지. 봉황동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시간을 보내는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직장인이거든. 그 작은 마을에만 가면 회사원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짜 나로 돌아가게 돼. 그 상태로 온전히 머무름의 시간을 만끽하는 거야.
직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어진 근무 시간 동안 최대한의 효율을 내면서 회사에 이익이 되는 일만을 해야만 하지.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소진되어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어. 하지만 봉황동에서만큼은 그런 속도로 여행하지 않아. 느리게 걷고, 또 머물러야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마을 곳곳에 잔뜩 있거든.
제가 진행한 아트워크의 주제는 크고 작은 풍경으로 들려주는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기술인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를 크고 작은 풍경이 한 묶음인 그림을 통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종이상점을 중심으로 김해 봉황동의 풍경을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큐레이션 방식 : 수취인 분명의 편지
지금 보내드리는 이 편지는 제 그림을 전시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수취인 분명'. 말 그대로 받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뜻인데요. 콘텐츠 채널이 다양한 시대에 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분께서 관심있게 봐 주실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메일의 상단에 적힌 수취인에 해당하는 분들만큼이라도 공감하며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