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지를 읽고서 봉황동을 여행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밀려와. 네가 봉황동을 좋아해 주기를 바랐거든. 예술적인 마을 봉황동을 여행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에 관해서는 언제든 답장으로 들려주기를 바랄게.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 꽤 좋아하거든.
어쩌다 보니 봉황동을 꽤나 자주 여행하게 됐어. 시작은 겨울이었지. 이 작은 마을에서 무슨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봉황동은 계절마다 여러 빛깔의 옷을 바꿔 입으며 여행자를 반기고 있어. 벌써 여름이야. 초록빛 가득한 계절이지. 시간 참 빠르네.
큰 풍경_ 봉황역
봉황동 여행의 시작 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머무름과 스침이 공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봉황동 옆으로 차들이 빠르게 스친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몇몇 차들이 정지선 뒤에서 머무른다. 그리고 경전철 한 대가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봉황역을 향해서.
계절이 바뀐 김에 봉황동을 찾는 방법도 바꿨어. 추운 계절에는 자가용으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용했는데 요즘은 버스나 경전철을 이용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좋은 점은 바깥의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지. 운전대를 잡을 때는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창밖의 경치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좋아.
봉황동을 대중교통으로 몇 번 여행해 보니까 오히려 이편이 더 좋은 것 같아. 나는 창원에서 왔는데 버스를 타고 김해여객터미널까지 40분 정도 걸렸어. 그리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봉황역과 이어진 다리를 건너면 바로 봉황동이야. 찾아오기 참 쉬운 마을이지.
교통이 편리한 것이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계속해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
제가 진행한 아트워크의 주제는 크고 작은 풍경으로 들려주는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기술인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를 크고 작은 풍경이 한 묶음인 그림을 통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종이상점을 중심으로 김해 봉황동의 풍경을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큐레이션 방식 : 수취인 분명의 편지
지금 보내드리는 이 편지는 제 그림을 전시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수취인 분명'. 말 그대로 받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뜻인데요. 콘텐츠 채널이 다양한 시대에 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분께서 관심있게 봐 주실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메일의 상단에 적힌 수취인에 해당하는 분들만큼이라도 공감하며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