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풍경으로 들려주는
머무름에 관한 마지막 이야기
멈출 수 없는 너에게
💌010
이번 편지에는 머무름에 관한 마지막 이야기를 담았어. 그동안 편지를 읽어주고 또 답장을 보내준 네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할게.
편지 형태로 이야기를 만드는 시도는 처음인데, 너와 주고받는 대화가 즐겁다 보니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몇 편을 더 보내게 되었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편지는 계속되니까 새롭게 선보일 다른 이야기에도 머물러주기를 바랄게.
봉황동을 찾아온 네가,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서 여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과 글을 보냈어. 내 어린 시절과 직장 생활 이야기를 담은 이유는 내가 머무름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지금 머무르는 일이 필요하게 된 이유에 관해서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 이후로는 종이상점을 중심으로 김해 봉황동 일대를 누비며 여러 장소에서 머물러보았고 눈앞에 펼쳐진 장면과 계절, 감정을 담아서 크고 작은 풍경화를 그렸어. 여행하는 동안, 그림 그리는 동안, 편지를 쓰는 동안. 모든 순간이 머무름으로 가득했지.
그런데 머무르기 좋은 장소를 찾는 동안 부단히 걸어야만 했던 것도 사실이야. 아이러니하지? 머무르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니… 뿐만 아니야. 한 공간에 오랫동안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반드시 머무르는 일은 아니라는 점도 있어.
언젠가 한 번은 김해도서관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 깨달았지. 도서관을 찾았던 이유는 머무르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의자가 있고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은 다들 앉아있지만 어딘가로 달려가는 것만 같았어. 모두가 책장 위를 걷고 있었지.
특히 열람실에 있는 수험생들은 경주마처럼 보일 정도였어. 옆에는 시선을 돌릴 수 없도록 가리개를 한 상태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며 달리는 말처럼. 하지만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분명 머무르고 있었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공부에 집중했지.
내가 말하고 싶었던 머무름은 그런 머무름과는 결이 다른 것이야. 현대 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네가 그동안 부단히 스쳤던 아름다운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그 순간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기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거야.
물론 우리가 지식과 지혜를 얻기 위해서 책장 위를 부단히 걸어야 할 필요도 있어. 하지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무너지기 십상이지. 가끔은 쉬어가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을 한 번 찾아보기를 바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