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해놓고서는 머무르지 못할 때가 많은 요즘입니다. 직장 생활과 누가 시킨 적 없는 갖가지 서브 프로젝트를 병행하다 보니 어떨 때는 빠르게 달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일만 하지 않고 짬을 내서라도 창작물을 만들고, 활력을 얻는 요즘입니다. 회사에서 느끼기 힘든(?) 성취감은 창작 과정에서나 얻을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창작 활동에 시간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한 주 동안에도 저는 주변의 사소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창작을 시도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그마한 포장지에 담긴 사진도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데 동력이 될 수 있더라고요.
주말에 나락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참여했다가 김가은 작가님(『일기를 쓰려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저자)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어요. 선물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동적인데 포장도 아주 멋지더라고요.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어요. 저는 이 사진을 보고서 파도를 그리고 싶어졌어요.
물감은 팔레트에 묵혀둔 12색 기본 물감을 사용했고 종이는 제법 고급스러운 걸로 정했어요. 실패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코튼 100퍼센트 아르쉬지예요. 수채화에 어울리도록 두껍고 표면이 거친 종이로 창작을 시도했습니다.
거기 잘 들리시나요? 제 억장 무너지는 소리...💸💸💸 몇 번 실패했습니다. 매번 컴퓨터나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렸는데요. 이렇게 아날로그로 그린 그림은 취소해도 Ctrl+Z(실행취소) 키를 쓸 수 없으니까요. 실패작으로 무덤을 쌓고 말았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매번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다니면서 그림 실력이 많이 하찮은 편이에요. (하하...) 그래도 이런 취미생활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으니까요. 좌절하기보다 될 때까지 시도해 보는 편입니다.
바다와 모래, 빛과 그림자... 여러 가지 것들을 표현하려고 하니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표현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두 가지의 색만 써서 파도와 모래 표현에만 집중해 봤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럴싸하게 보이는 게 목적이었죠.
오래전에 기록해두었던 파도와 관련된 글귀까지 써놓으니 저만의 시화가 완성됐어요. 다이소에서 샀던 2천 원짜리 액자를 활용하니 훨씬 깔끔해 보이네요.
어쩌면 포장지의 파도 사진을 한 번 보고서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었는데요.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일상이 예술이 되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