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에 일이 없어서 강제로 연차를 쓰는 중이에요. 밖으로 나가 놀고 싶은데 오늘은 비가 내려서 별수없이 집 안에만 머무르게 됐어요.
그래도 커피 한 잔과 종이 한 장만 있으면 집안에서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제가 집에서 머무를 때는 보통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노트에 생각난 것들을 적어요. 회사에서 할 일이 줄고 나서부터 이런 루틴이 생겼어요. 계속 유지되면 좋으련만!😂
오늘 아침에도 커피의 맛과 향으로 비몽사몽했던 정신을 깨우고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커피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사체로는 커피 원두나 커피가 담긴 잔 정도가 떠올랐는데요. 그중에서 커피잔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그냥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지우개 도장을 만들어서 종이에 찍었어요.
아직 쓰지 않은 지우개 하나를 사용했습니다. 지난번에 목판화를 시도했었는데요. 나무는 너무 딱딱해서 손목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지우개는 물렁하니까 누구든 도전해 볼 만한 것 같아요. 칼을 다룰 때는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도안을 종이에 연필로 그렸습니다. 그다음으로 연필 자국이 난 곳을 지우개에 뒤집어 문질렀어요. 도안이 떠졌습니다. 그 상태로 네임펜을 사용해 선을 조금 더 굵게 그리고 그 주변의 여백을 흰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칠해줍니다. 저는 형광펜을 썼어요. 굳이 안 칠해도 되지만 파내야 할 부분이 없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작업하면 훨씬 재미있고 진도도 잘나가더라고요.
커터칼과 조각칼을 사용해서 형상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여백을 도려냈습니다. 구상할 때와는 다르게 네모난 틀도 만들었는데요. 이번에는 형상 부분이 잘려나가는 문제 없이 무사히 여백을 도려냈습니다.
그럼 이제 도장을 찍어볼까요?
일부러 여백을 다 파내지 않고 얇은 결을 남겨뒀어요. 그랬더니 작은 판화를 찍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저만의 커피 도장이 완성됐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도장이나 판화로 형상을 찍어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 같아요.
갑자기 회사 일이 줄어서 연차를 쓰고서 길게 쉬고 있는데요. 이럴수록 시급을 벌던 어제의 모습은 잠시 제쳐두고 마음 편안하게 지내려고 해요. 모처럼 시간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