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여름휴가를 보내고 오랜만에 출근했습니다. 사흘이 지났는데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회사가 체질이 아닌가 봐요...😂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한 번 도망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도망쳐야하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자리에 머물면서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 방법 중에 하나가 퇴근 후의 여가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책을 읽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감상자 님은 퇴근 후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어떤 시간이든지 감상자 님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안식을 얻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는 제게 주어진 시간을 누리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직장에 많은 힘을 쏟던 시절에는 저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고 그 영향으로 제가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었어요. 이후로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시급을 못 벌어서 어쩌나 싶었는데요. 어떻게든 생계는 유지할만하더라고요.
오히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돈 좀 못 벌면 어때? 주어진 시간을 즐겁게 보내자!'고요. 요즘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온 일상의 모습을 편지에 담아 감상자 님께 보내고 있어요.
이번 주 여유로운 시간 동안에는 픽셀아트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림을 여러 장 그려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그 안에 특별한 의미도 담았으니 잘 감상하시기 바랄게요!
3년 전쯤에 뉴욕 현대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미술관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그런데 저는 다른 누군가의 작품보다도 Adrian Piper라는 작가의 작품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처음 들어보셨죠? 저도 그땐 그랬어요...) 이번 픽셀아트는 그의 작품을 오마주한 것입니다.
그는 'Everything will be taken away'이라는 주제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진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사진들을 전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꽉 쥔 주먹에서 손바닥으로 점점 펴지는 모습을 몇 차례에 나눠서 찍은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저는 그중에서 주먹과 손바닥, 끝과 끝의 사진을 찍어두었어요.)
저의 이번 작품은 그때의 감동을 떠올려서 제작해 보았고요.
의미는 조금 멋대로 바꿔봤어요. 이렇게요.
'진정 원하는 것을 붙들기 위해서는 움켜쥔 주먹을 펼쳐야만 한다.'
참 아이러니한 말이죠. 오히려 펼치면 놓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제 상황에 빗댄 것인데요. 저는 무언가를 움켜쥐려 했을 때보다 손을 펼쳤을 때 오히려 더 쉽게 붙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감정이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