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부쩍 시원해졌죠? 불볕더위 아래에 땀 흘리던 우리들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가을이 오려나봐요.
가을이 되면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나무로 둘러싸인 숲이나 공원에서 오래 머무르기. 또 맛있는 제철 과일 먹기! 이번 여름의 날씨는 화창한 편이었지만 직사광선을 피하느라 대부분 실내에서 머물렀던 것 같아요. 이제는 많이 시원해졌으니 비가 그치는 대로 시원한 바람을 수집해 편지에 담아 보낼게요.
과일은... 사실 벌써 먹었는데요. (먹는 일만큼은 미룰 수 없지요...😋) 어제 사과를 먹었어요. 지리산에서 난 사과는 벌써 빨갛게 익었더라고요. 저희 집 화단에 있는 감나무랑 회사 근처에서 자라고 있는 대추나무의 열매들은 여전히 초록빛인데 말이죠. 아마 붉게 익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런데 며칠 전에 초록빛으로 익은 열매를 선물로 받았어요.
제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은사님께서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주셨는데요. 그중에는 단호박이 있었어요! 다른 작물도 함께 받긴 했는데 단호박은 너무 귀여워서 칼로 가를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먹어야 하니까 사진으로도 남겨두고 그림으로도 그려두려고 해요. 이번에는 평소에 잘 쓰는 노트 위에다 그린 단호박 그림을 감상자 님께 보낼게요.
채색 도구는 근처 문구점에서 파는 12색 색연필을 사용했어요. 그중에서도 노랑, 연두, 초록, 파랑, 검은색을 사용했는데요. 다 그리는데 10분 정도 소요된 아주 간단한 그림이에요.
음... 그려놓고 보니 닮은 것 같으면서도 안 닮은 것 같네요... 결국은 또 제멋대로 그림이 완성됐어요! 그래도 그림으로 남겼으니까 이제는 마음 편히(?) 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
선물로 받은 단호박처럼 여전히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것들이 주변에 있어요. 여름이 끝나가는데도 말이죠. 저는 초록빛을 참 좋아하는데요. 보고 있으면 편안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서 이 계절의 푸름이 가시기 전에 숲이나 공원에 가서 초록빛을 조금 더 수집해두려고 해요.
감상자 님 주변에는 초록빛으로 익어가는 것들이 있나요?
지금 수확된 초록빛 열매는 마치 여름의 기억이 포장된 선물상자 같아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초록빛으로 익어가는 열매를 보고서 가을보다는 여름을 떠올리게 되거든요. 여름이 그리울 때면 이 단호박 그림을 펼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