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깥에서 머무르기 좋은 날이었어요. 태풍이 지나간 뒤로 날씨가 더 선선해졌어요. 본격 가을이 시작되려나 봐요.
지난 주말에도 그랬어요. 비록 비가 조금 내렸지만 친구들과 함께 바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주남저수지가 있는 창원 동읍에도 다녀왔고, 단장천이 흐르는 양산 청수골에 펜션을 잡아서 놀다 왔어요. 각각 다른 약속이라 아주 분주할 뻔했는데요. 그런 상황에서도 저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동읍에서는 느긋하게 수다를 떨면서 커피를 마셨고, 청수골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테라스로 나가서 일기를 썼어요. 친구들이 잠들어있는 시간에... 말이죠.
올해 초부터 머무름에 관한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하루라도 머무르지 않고는 넘어가는 일이 없어요. 조금이라도 머무르는 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분주한 동작을 줄이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일을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빨리 퇴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달고 살아요.
저희 회사는 시급제라서 잔업을 하면 잔업수당을 더 받을 수 있는데요. 그것을 포기할 만큼 시간을 버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간을 벌어서는 사색하기 좋은 곳에서 머무르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요.
최근 저희 집에 또 하나의 머무르기 좋은 공간이 생겼는데요. 저희 아버지께서 버려진 나무를 주워와서 책상과 의자를 만드셨어요. 그리고 마당에 그것들을 두셨어요.
그곳에 앉아서 감나무를 감상했는데요. 아직은 초록빛이에요. 낙엽이 지고 열매가 붉게 익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초록빛이 계속 머무를 작정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