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것을 위하여 살아가는 (2)
수취인 분명의 편지 💌022
진정眞情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
감상자 님께.
아쉽게도 수취인 분명의 편지를 두 편 더 보내고 편지 쓰는 일을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진정한 창작 활동을 기획하기 위해서 몇 달간 작품 활동을 쉬려고 합니다.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다니면서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또 감상자 님의 사정을 일일이 헤아리지 못한 점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수취인 분명의 편지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상자 님 덕분에 지금까지 꾸준히 편지를 쓸 수 있었습니다. 무척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올해의 활동을 마무리하다 보니 처음 편지를 보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첫 편지에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아 보냈었지요.
편지를 쓸 때 저를 잘 모르시는 분께도 진정을 담기 위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문득 누구에게도 들려준 적 없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달리기 시간에 낙오자가 되었던 이야기... 실은 지금까지도 몹시 부끄러운 기억이랍니다. 한창 활발할 시기에 왜 그렇게 주저앉아만 있었다 후회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보냈더니 감상자 님으로부터 "나도 그런 적이 있다"라는 답장이 왔어요. 세상 나만 그렇게 살아온 게 아니었구나. 동지가 생긴 것 같아 큰 위로를 받았죠.
수많은 사람의 인정보다도 감상자님 한 분의 그 따뜻한 답장이 제게는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깨달은 점은 제가 먼저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본 모습을 솔직하게 꺼내지 않으면 진정을 전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이제 와서 더 실감 나는 부분이지만 진정한 창작 활동은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위한 일 같아요. 가면을 벗어던지고 저와 감상자 님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작품에, 작품을 보는 감상자들에게, 작품의 배경이 되어준 세계에 얼마나 진정眞情을 담았을까요?
많은 것들이 생각나는 밤이네요. 요즘은 작업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저 사색하고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작가가 되면 많은 감상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막연한 사명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보다 감상자 님 한 분과의 진정한 관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인가?
다음 창작 활동에는 이 점을 아주 중요하게 여길 것입니다.
이번 편지에는 진정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무언가를 보여드릴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감상자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정에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두 편 남았습니다.
2022. 10.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