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동을 여행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수릉원에 갔었어. 벤치에 앉았는데 바로 앞에는 매화가 피어있었지. 가까이 가보니 팝콘처럼 앙증맞게 핀 꽃이 예뻤어. 그런데 그런 모습은 오래 가지 않아 변하고 말지.
바닥에 떨어진 꽃들은 시간이 지나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지.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탄생과 동시에 죽음을 타고난 운명이란 사실을 외면하면서 살아가려고 하지. 죽음이 두렵고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겨지니까 별로 고민해보고 싶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너는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랄게. 내가 매화를 보고 떠올린 것처럼 우리의 삶이 오랫동안 젊고 건강하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 생의 한가운데에서 머무르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여정을 이어가고 싶은지는 충분히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 또한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가꾸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어제는 불꽃놀이 기구를 샀어. 예전에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이지. 일상을 축제로 만드는 일이 이렇게도 쉬운 일인 줄은 몰랐어. 하나에 단 돈 백 원이야. 너도 시도해봐! 찍은 사진은 네게 보낸다.
잘 감상하셨다면 가끔은 답장 한 통 보내주세요.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씀해주셔도 좋고 안부도 좋습니다. 어떤 내용이든 당신의 답장은 우리의 우정과 세계 평화에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주 수요일 저녁 아홉 시에도
다른 이야기로 수취인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오늘 보내드린 세 번째 편지에 끝까지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남은 시간 여유롭게 보내세요. 안녕!
아트워크 주제 :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About Stay)
제가 진행한 아트워크의 주제는 크고 작은 풍경으로 들려주는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기술인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를 크고 작은 풍경이 한 묶음인 그림을 통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종이상점을 중심으로 김해 봉황동의 풍경을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큐레이션 방식 : 수취인 분명의 편지
지금 보내드리는 이 편지는 제 그림을 전시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수취인 분명'. 말 그대로 받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뜻인데요. 콘텐츠 채널이 다양한 시대에 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분께서 관심있게 봐 주실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메일의 상단에 적힌 수취인에 해당하는 분들만큼이라도 공감하며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